이스라엘의 샤크슈카와 민족 감정: 음식으로 이어지는 디아스포라 정체성

1. 샤크슈카의 기원과 정체성의 뿌리: 음식에 담긴 민족의 유산

샤크슈카(Shakshuka)는 토마토, 고추, 양파를 베이스로 한 채소 소스 위에 달걀을 부드럽게 익혀낸 중동식 요리로, 지금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가정식이자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기원은 북아프리카, 특히 튀니지와 리비아계 유대인 디아스포라에게서 시작된다. 이러한 기원은 샤크슈카가 단순한 요리가 아닌, 정체성 회복의 상징적 음식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다양한 문화와 융합되어 살아가던 시절, 샤크슈카는 가난한 식탁에서도 영양을 공급하며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1948년 이후 다양한 지역에서 이스라엘로 귀환한 유대인들이 고향의 맛을 가져오면서, 이 음식은 단순한 레시피를 넘어 고향의 기억과 유산을 복원하는 민족적 매개체가 되었다. 이처럼 샤크슈카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이방에서 살아온 나’와 ‘공동체 속의 우리’를 연결해주는 상징으로 기능하며, 음식을 통한 정체성의 재구성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디아스포라의 감정적 위로: 샤크슈카의 심리적 기능

디아스포라는 늘 이방인의 삶을 전제로 한 존재다. 문화적 이질감, 언어적 단절, 사회적 소외 속에서 이들은 정체성과 소속감을 지속적으로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 음식은 가장 강력한 감정적 도구로 작동한다. 샤크슈카는 고향에서 멀어진 이들이 새로운 땅에서도 감정의 연결 고리를 잃지 않도록 해준다. 뜨겁고 진한 향신료, 계란의 부드러움, 토마토의 깊은 맛은 단지 미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소환하고 정서를 위로하는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특히 유년 시절 부모나 조부모가 아침 식탁에서 차려주던 샤크슈카는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 안식, 소속감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러한 감정적 경험이 세대 간 전승되며, 샤크슈카가 단순한 ‘맛있는 음식’이 아닌 민족적 유대감의 심리적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3. 현대 이스라엘 사회와 다문화 통합: 샤크슈카의 상징적 진화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모인 유대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다. 아슈케나지, 세파르디, 에티오피아, 러시아, 예멘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으며, 이들의 식문화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샤크슈카는 이질적인 문화적 뿌리를 가진 이스라엘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수용하고 사랑하는 요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샤크슈카는 정체성 혼합과 감정적 통합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 이스라엘에서는 이 요리가 아침 식사뿐 아니라 카페 문화, 퓨전 요리, TV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며 공동체적 일상 속 감정의 공유 도구로 자리하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상처를 감싸고, 다문화적 정체성을 하나로 모으는 이 요리는 지금의 이스라엘이 지향하는 ‘통합된 다양성’이라는 국가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