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마살라와 정체성: 향신료가 말하는 집단 기억
1. 향신료의 기억: 마살라가 간직한 시간의 향기인도 요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마살라(Masala)는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서, 세대 간 기억과 정체성을 저장하는 감정의 언어이다. 강황, 정향, 카다멈, 커민, 고수씨 등 다양한 향신료의 조합은 각 가정마다 다르며, 그 조합법은 대개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구전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마살라는 개인의 성장 서사와 함께하고, 특정 향이나 맛은 어릴 적 기억을 즉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이는 단순히 맛의 기억이 아니라, 가족의 역사, 지역의 문화, 종교적 배경이 녹아 있는 집단적 정체성의 조각이다. 향신료가 익어가며 뿜어내는 향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는 감정의 매개이며, 마살라를 통해 인도인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감각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2. 정체성의 레이어..